달리지 않아도 숨차다

2014. 12. 14. 15:01




나이를 먹을수록 달려야 하는 일은 줄어들었다. 저 앞에 횡단보도불이 빨강으로 바뀌는 순간까지 마냥 지켜보면서도 달려가진 않는다. 그치만 어디론가로 더 정신없이 움직여야만 했다. 

 

나는 친구위에서 달리고 학원위에서 달리고 책상위에서 달리고 핸드폰위에서 달리고 알바위에서 달렸다. 그렇게 오직 눈코입만은 정신없이 저 멀리 달려가곤 했지만, 따라가지 못한 팔다리는 삭은 해삼마냥 고 자리에 축 눌어 붙어버렸다. 정작 발을 쭉 뻗어 나가야 할 때 난 도저히 빨리 달릴 수가 없는 것이다. 다들 저 멀리 가고 있는데 나는 왜 여기서 미적거리고 있는건지. 지금에야 비로소 답답해져서 나는 더 크게 숨을 삼켰는데도 더 숨이 가빠왔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