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의 반쯤 감긴 눈을, 나는 항상 놀려댔다. 명절마다 만나곤 했던 삼촌은 항상 자다 일어났다. 머리가 부시시했고 담배냄새가 찌든 츄리닝을 걸치고 있었다. 그때마다 얄궂은 초등 저학년은 놀려대곤 했던 모양이다. "삼촌은 맨날 자는 거 같아." 그 눈이 하하 웃느라 감긴다. 감기약을 먹어서 그렇다고 웅얼거리는 말에 나는 절대 감기약을 먹지 말아야지 다짐했다. 다만 그 감기약이라는 것이, 선택적 세로토닌 어쩌구라는 알지도 못할 긴 이름을 가진 항우울제인 것을 알지도 못하고 말이다. 그저 '삼촌'들은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. 조카가 오면 과자 한 봉지 사오는 게 삼촌이 하는 일이구나. 담배가 무슨 맛이냐고 물을 때 마다 피어보라고 거침없이 내밀던 삼촌을. 뒷산에 갔다가 함께 모기밥이 되어 돌아왔던 삼촌을. 엄마의 형제들 중에서 가장 인물이 훤칠한 삼촌을, 가장 좋아하는 수밖에. 그때만해도 어른들은 자신들만의 것을 너무나 잘 숨기곤 했다. 우연히 내가 찾아내었던, 그것들은 책상 가장 오른쪽에 꽂혀있었다. 그 졸린 눈으로도 용케 잠들지 않고 적었구나. 감탄했다. 다만 수첩 속 그 이해할 수 없던.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것들. 그리고 그에 대해 다른 누구에게 물어 볼 수조차 없었던 것들. 그것을 보고 나는 너무나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. 삼촌이 비디오 대여점에서 돌아오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.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일러문과 곰돌이와 그밖의 것들을 꼭꼭 쟁여놓았다. 여는 순간 깜짝 선물처럼 튀어나와 그를 기쁘게 해주기를. 그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기를.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그에 대한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. 며칠, 몇주일, 몇달, 그리고 몇년 뒤, 마침내 그것이 유년시절의 기억쯤으로 잊혀질 때가 되어서, 그는 자살했다. 혹시 못 본것이 아닐까? 그는 보았을까? 내 낙서가 그 묵묵히 쌓아놓은 생각들을 무작정 쪼개버린 것은 아닐까. 만약 그랬다면 그는 화냈을까 아니면, 웃었을까...도대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? |